비즈니스공부

쿠팡과 택배 이야기

석간지 2020. 6. 8. 08:40

2020.02.19 작성. 현재 상황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 쿠팡의 비즈니스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쿠팡의 만성적인 적자를 타개할 방안으로 풀필먼트 서비스(CFS)가 떠오르고 있어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쿠팡의 만성적인 적자 원인은 막대한 인건비 때문이다.

2018년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총이익은 +이나 판관비 부담으로 적자가 남을 알 수 있다. 18년 기준 영업 적자 1조.

주석을 살펴보면,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이 매출원가와 정확히 일치하고, 그 아래는 모두 판관비라고 보면 된다. 판관비 1조8천억 중 9천9백억원이 인건비다.

(친절한) 쿠팡맨 아저씨들의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큰 것이다.

18년 기준 인건비/매출액이 무려 22.3%에 달한다(CJ대한통운은 이 비율이 6.3%이다. 물론 택배 사업부문 비중이 25% 정도 밖에 안되므로 정확한 비교는 아니다.)

쿠팡 인력이 하는 일은 로켓배송 물량을 판매자로부터 수거하고(밀크런), 쿠팡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해주는 것이다(쿠팡맨이 한다.)

이 과정에서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물류서비스의 질을 무리하게 향상시키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쿠팡관련 기사들, 리포트들을 참고하면 아마존이 풀필먼트 사업을 개시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듯, 쿠팡도 풀필먼트 서비스로 현재의 만성적자를 벗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풀필먼트라는 용어 자체도 사실 경계가 모호한데, 기존에 자체 물류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로켓배송해주던 시스템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결론만 말하면 (내가 이해한 선에선) 물류의 흐름은 완전히 동일하나 판매자의 상품을 쿠팡이 매입하냐(로켓배송), 매입하지 않고 물류의 흐름 서비스만 제공하냐(풀필먼트)가 다르다.

SK증권 리포트 발췌.

물류의 흐름을 매우 단순화하면 아래와 같다.

판매자->쿠팡 물류창고->개별 소비자

물리적으로는 완전 동일해 보이는데 풀필먼트 서비스는 어떤 부가가치가 있기에 기존에 로켓배송이 적자내던 걸 흑자 전환 시킬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 풀필먼트도 결국 쿠팡맨이 집앞까지 배달해주는 것이므로 인건비 부담이 기존 로켓배송과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얼핏 봐서는 그냥 로켓배송 물량을 확대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회계적으로는 약간 차이가 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적자나고 있는 동일한 사업체 두개를 연결한다고 해서 흑자전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SK증권 리포트 발췌.

아리송한 말이다. 재고비용은 뭘 말하는 것인가? 애초에 로켓배송 모델에서도 재고비용이 적자의 원인은 아니었다. 그저 매출에 대응하는 원가일 뿐. (물론 매출에 비해 매입이 많으면 재고자산이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있는데..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것이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님. 그리고 똑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고수준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그런데 그 뒤가 중요하다. 운영 인력 인건비는 기존 로켓배송 모델 때문에 어차피 '매몰되는' 비용이다. 즉 고정비라는 소리다.

잠깐만, 쿠팡맨 아저씨들 인건비가 고정비용이라고?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인력도 늘어나야하는 거 아닌가?

여기까지가 내 인지범위의 한계였다. 결국 존경하는 투자자 선배님께 이런 질문을 던졌더니 뜻하지 않게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CJ대한통운이 타 택배회사 대비 사업 구조가 더 효율적이고 우월한 이유는, 택배 아저씨들이 소화하는 물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CJ대한통운의 택배 점유율이 가령 50%(대략 맞을 거다)라고 하면, 타 택배사 대비 훨씬 많은 물량을 소화한다는 소리다. 그러면 똑같은 아파트 단지 한곳을 돌더라도 대한통운 아저씨는 한진택배 아저씨보다 더 많은 양의 택배를 처리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택배회사의 효율과 비효율이 갈린다(물론 거점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도 중요하다).

쿠팡은 반면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이 10% 언저리다.(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중에서 로켓배송으로 자체처리하는 물량은 얼마나 될까? 아마 대한통운이 처리하는 물량에는 한참 못 미칠 것이다.

정확하게 비교하려면 쿠팡과 대한통운 등 타 택배회사들이 하루 처리하는 택배의 양(무게, 부피, 갯수 고려)과 택배기사(쿠팡은 쿠팡맨) 수를 비교해봐야 할 것이다. 만약 쿠팡맨이 하루 처리하는 물량이 타업체 대비 낮은 수준이라면 풀필먼트 서비스로 추가되는 물량을 인력 충원없이도 소화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고정비가 분산되는 일종의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해 수익성 개선이 드라마티컬해질 수도 있다. 기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풀필먼트 서비스로 인한 흑자전환을 논하는 것에는 이러한 논리가 바탕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현재 쿠팡맨 한명이 최대치로 택배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면 풀필먼트 서비스 개시할 시 인력 충원이 필요해지고 결국 기존의 수익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심지어 물류창고마저 추가로 지어야한다면 늘어나는 감가상각비는 보너스다.

정확한 건 숫자를 두드려봐야 알 듯. 어쨌든, 풀필먼트 서비스로 흑자를 내려면 현재 수준의 인력에서 훨씬 많은 일감을 소화할 수 있어야하고, 놀고 있는 물류창고(유휴설비)가 많아야 한다.

참고자료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001281221164320104010&svccode=04

http://consensus.hankyung.com/apps.analysis/analysis.downpdf?report_idx=538063

https://paxnetnews.com/articles/52506 

http://news.bizwatch.co.kr/article/consumer/2019/04/18/0031

또 1조 까먹은 쿠팡…'큰 그림' 언제쯤 완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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