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공부

주식시장과 알파고

석간지 2020. 6. 8. 08:46

2020.02.04 작성. 현재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근 가깝게 지낸 모 애널리스트 분이 인공지능이 주식시장에 도입되면서 개인투자자가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을 내기는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2010년대 내내 박스권에 머문 한국증시를 보면, 매매의 타이밍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지고 거기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의 계산능력과, 판단능력을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한편, 내가 존경하는 또다른 투자자분은 장기간 박스권이었던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달성했다. 직접 투자하신 F&F에 대해 설명해주시면서, 모자 사업은 일반적인 의류와 달리 사이즈가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요 예측과 그에 따른 재고 부담이 없고, 창고에 보관이 용이하기 때문에 타의류사업에 비해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난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최신 4차산업 기술에 대해 평균 이하 수준으로 밖에 모른다. 하지만 감히 주장하자면, 인공지능이 방대한 양의 수치화된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읽어내는 것은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겠으나, '아직은' 인간의 정성적이고 감성적인 직관으로부터 오는 통찰은 구현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고? 뇌과학자들도 인간의 창의성, 통찰력, 직감의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했으니까.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모르는데 그것을 복제할 수는 없을 것 아닌가. '아직은'이라고 여지를 두었듯 언젠가는(아마도 인간 두뇌의 비밀이 완전히 풀리는 시점) 그마저도 인공지능이 구현해낼지도 모른다.

요즘은 정말 무한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 시대에는 재무제표 한번 보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불과 2000년대 초 전자공시가 도입되기전 우리나라도 재무제표를 보려면 기업을 방문하거나 거래소에 방문해야 했다) 발로 뛰어 일차적 정보를 구하는 것만으로도 투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정보에 공정하게, 손쉽게 접근가능하다. 이러한 정보들에서 패턴을 읽어내 미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맞아야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 만약 숫자로 된 데이터만 집중해 투자 결정을 한다면 인공지능에게 번번히 깨질 것이다. 하지만 앞의 모자사업에 대한 통찰처럼, 정성적이고 인문학적인 접근법은 알파고를 꺾은 이세돌의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문학적 사고까지 가능해지기 전에 어서 돈을 벌어 장을 떠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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